15. 인하대 사건으로 또 불거진 젠더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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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산 칼럼세상 열다섯 번째 이야기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이쯤 되면 사건이 무서운 것일까, 혹은 젠더갈등이 무서운 것일까 가늠할 수 없다. 인하대학교 재학생 사망 사건은 분명히 우리 사회에서 치를 떨어야 할 만큼 악독한 사건이다. 그것만 틀림없다. 자신의 동창생을 술을 먹여 만취 상태로 인사불성이 되게 만들고, 또 그런 여성을 몰래 건물로 데려가 성추행을 시도하고, 저항한 그녀를 3층에 밀어 트리며, 심지어는 어설프게 시도한 증거인멸까지 하나하나의 모든 행동들이 악행이었고,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참혹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SNS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닌가 보다.

 

일단 여성의 강간 치사 사건이 나오면 이래도 밤길이 안전하지 않냐는 여성들의 되물음으로 시작된다. 그리고는 어디서 듣도 보지도 못한 쓰레기 같은 곳에서의 글을 가져와서 남자들은 모두 이렇다는 듯이 개방된 공간에 늘어놓고는 싸구려 장사를 시작한다. 그러면 남자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건은 여성만 겪는 게 아니라며 다른 사건들을 줄줄이 엮어 가지고 온다. 그러고는 우리는 공범 취급하지 말라며 패악질을 하고 살해당한 피해자 여성을 더욱 비아냥대며 힐난을 늘어놓는다. 이쯤 되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는 것보다 일어나자마자 일어날 SNS가 더 무섭게 된 상황이다.

 

인하대학교 전경

 

거기에 불은 붙이지 말아야 하지만 어김없이 누군가가 불을 붙인다. 이번엔 박지현(朴志玹)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이 더해졌다. '피해자의 비극적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공범이다' 라고 글을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좋다. 사실 이 사건에 있어서 성(性)에 대한 무의식적(無意識)이고 무지성(無知性)적인 우리 모두가 공범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회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해버리면 여성인 자신들은 빠져나간다는 소리다. 괜히 안 써도 될 문장을 붙여서 남녀 갈등을 부추긴다.

 

이번 인하대학교 재학생 사망 사건은 너무나도 참혹하고 끔찍하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터질때마다 미친 듯이 싸우고 헐뜯는 남녀 갈등은 더욱 끔찍하다. 동서(東西) 지역 갈등이 끝나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던 한국은 이제 남녀로 헐뜯으며 무너져 내리고 있다.

중정일보 주필 이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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