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임시공휴일 환상, 이제는 접어야 할 때
- 오피니언/이병산의 칼럼세상
- 2025. 10. 4. 17:51
이병산 칼럼세상 서른두 번째 이야기

또다시 황금연휴의 유혹이 고개를 들었다. 추석과 개천절, 한글날 사이 낀 하루를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내수가 살아날 것이라는 오래된 공식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에 그 유혹을 뿌리쳤다. 10일(금) 임시공휴일 지정은 끝내 무산됐다. 이유는 단순하다.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숫자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임시공휴일은 그간 소비 진작이라는 명분으로 반복돼 왔다. 하루 쉬게 해주면 지갑이 열릴 것이라는 발상이다. 하지만 이 가정은 이미 여러 차례 현실에서 무너졌다. 한국은행과 국회 입법조사처의 분석은 냉정하다. 임시공휴일이 끼어 있던 명절과 그렇지 않은 명절 사이에 카드 사용액 차이는 거의 없었다. 심지어 지난 설 연휴에는 대면 서비스 소비가 오히려 줄었다. 쉬면 쓴다는 믿음은 착각에 불과했다.
더 뼈아픈 대목은 소비의 방향이다. 국내가 아니라 해외로 돈이 흘러갔다. 올해 1월 출국자 수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같은 기간 국내 관광 지출은 줄었다. 공휴일을 늘려준 결과는 국내 자영업자의 숨통이 아니라 항공권 판매와 면세점 매출 증가였다. ‘내수 활성화’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문제는 소비만이 아니다. 생산의 대가도 만만치 않다. 조업일수가 줄자 수출은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고, 전 산업 생산도 눈에 띄게 꺾였다. 하루 쉬는 결정이 경제 전반에 어떤 비용을 남기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시공휴일은 공짜 휴식이 아니다. 누군가는 그만큼 덜 만들고, 덜 벌고, 덜 수출한다.
그럼에도 임시공휴일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국민 정서를 달래기엔 이보다 쉬운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은 기분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지금의 현실에서 임시공휴일은 소비 촉진 카드가 아니라 해외 지출 촉진 버튼에 가깝다. 내수를 살리겠다며 해외 소비를 키우는 정책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이번 결정은 뒤늦었지만 옳다. 쉬는 날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쉬지 않아도 소비하고 싶게 만드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임시공휴일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이미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처방을 또다시 들고 나오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자기기만이다. 이제는 황금연휴라는 말 자체가 경제 대책처럼 소비되는 시대와 결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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