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체코 원전 수주, 윤석열 정부 '성과주의'가 낳은 50년 굴욕 계약
- 오피니언/이병산의 칼럼세상
- 2025. 8. 19. 23:48
이병산 칼럼세상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

윤석열 정부가 체코 원전 수주를 내세우며 치적을 홍보했지만, 그 이면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굴욕적 계약이 숨어 있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공사가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 맺은 합의서에는 사실상 한국 원전 산업의 미래를 50년간 저당 잡히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1조 원 이상을 미국 측에 헌납해야 하고, 독자 개발한 소형모듈원전(SMR)조차 WEC의 사전 검증 없이는 수출할 수 없다는 조건은 주권 침해에 가까운 수준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협상 실패가 아니라, '성과'보도 뉴스 하나를 위해 목을 맨 정부의 조급함이 불러온 자해적 선택이라는 점이다. 원전 수출은 단순히 돈벌이가 아니라 기술 주권과 산업 경쟁력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번 계약으로 핵심 기자재와 시스템은 사실상 WEC의 몫이 됐고, 국내 기업은 현지화율을 감안하면 전체 공사비의 일부 하청에 만족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24조 원 규모 체코 원전 사업 수주를 위해 50년간 이어질 불평등 구조를 감내한다는 것은 ‘황금 알 낳는 거위’를 스스로 도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 심각한 대목은 차세대 원전인 SMR마저 미국 기업의 승인 없이는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다. 2040년 4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에서 한국이 '기술 독립국'이 아니라 '하청 국가'로 묶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기술 차별화를 강조하지만, 협정의 독소 조항은 WEC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한국의 진출을 가로막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한때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을 성사시켰던 한국 원전 산업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내던지는 결정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산업 계약을 넘어, '정치적 성과'를 위해 국가의 미래 자산을 담보로 잡힌 데 있다. 정부가 과연 누구를 위한 협상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50년간의 원전 주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분명히 묻지 않을 수 없다. 원전은 기술이고 산업이며 곧 국력이다. 그것을 헐값에 팔아넘기는 선택을 '성과'라 부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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