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나경원 정치 쇼'에 지친 국민들, "바캉스인가, 농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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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산 칼럼세상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고급 김밥, 텐트에 에어컨까지 모든 시민들은 나경원의 바캉스 농성을 비판한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숙식 농성'에 돌입한 지 며칠째다. 명분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더불어민주당의 법사위원장직 반환 요구다. 그러나 그 실상은 많은 이들에게 씁쓸한 장면으로 다가오고 있다. 천막 안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김밥을 먹으며 웃음 짓는 의원의 모습, 손 선풍기를 맞으며 책을 읽는 여유로운 분위기까지—그것은 누가 봐도 투쟁보다는 휴가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나 의원의 이른바 숙식 농성은 애초부터 진정성에 의심을 받았다. 농성이라는 이름 아래 SNS에 올라온 사진들은 마치 여름철 캠핑지를 방불케 했고, 김밥과 커피, 쾌적한 실내 공간, 텐트까지 갖춰진 로텐더홀은 일반 시민들이 상상하는 고통과 결연함의 공간이 아니었다. 이 모습을 본 시민들은 오히려 피로감을 호소했다. 정치인들이 또다시 보여주기 쇼에 빠졌다는 자조적인 반응도 쏟아졌다.

 

여당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피서 농성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며, 정작 국민은 정치인들의 이런 이벤트성 행태에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로텐더홀이라는 일반인의 접근조차 힘든 장소에서의 ‘쾌적 농성’은 국민 정서와 괴리감을 더욱 키웠다. 전기세, 물가, 부동산 걱정에 시달리는 시민들 앞에서 펼쳐지는 이른바 ‘휴양지 농성’은 차라리 기만에 가깝다.

 

더욱 실망스러운 건, 이 농성이 국회 정상화나 협상의 물꼬를 트는 데 어떤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재명은 어땠냐는 식의 반박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정치인은 비교 대상이 아니라 책임의 주체다. 이재명 대표가 출퇴근 농성을 했다고 해서, 나경원 의원이 쾌적 농성을 따라 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과거 야당 시절 문재인 정부의 ‘보여주기 정치’를 비판하던 이들이, 정권을 잡은 이후 똑같은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

 

진짜 농성이란 고통을 감내하며 의지를 보여주는 행위다. 그런데 지금 국회 로텐더홀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SNS 피드를 채우기 위한 이벤트처럼 보인다. 나 의원은 국민과 함께한다는 취지로 농성을 시작했다고 했지만, 정작 그 국민은 텐트 밖에서 현실의 무게에 시달리고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의 말처럼, 이제는 그 텐트를 걷고 뙤약볕 아래에서 국민과 고통을 함께하든지, 아니면 진짜 협상과 전략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2024년 대한민국의 유권자들은 더 이상 '쌍팔년도식 정치 이벤트'에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정치인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고통을 대변하는 일이지, 자신을 위한 무대 위 연기를 연출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은 진정성 있는 정치인을 원한다. 카메라 앞에서 웃고 있는 정치인이 아니라, 땀 흘리고 책임지는 지도자를 기다린다. 정치쇼는 이제 그만하자.

 

 

중정일보 주필 이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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