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레이와 쌀 소동, 인재가 부른 일본 농정의 민낯
- 오피니언/이병산의 칼럼세상
- 2025. 8. 6. 23:34
이병산 칼럼세상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레이와 시대 일본, 쌀값이 폭등하며 민심을 뒤흔든 소위 '쌀 소동'은 천재가 아닌 인재 (人災) 가 만든 사건이었다.
반백 년간 이어진 감산 정책과 농업협동조합의 독과점적 유통 구조, 그리고 이를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무책임이 맞물린 결과였다. 물론 일본 내 쌀 생산량 감소는 일부 영향을 끼쳤지만, 공급 자체는 여전히 수요를 초과했고, 비축미를 푸는 선에서 충분히 조정 가능한 문제였다. 실질적 책임은 농협의 탐욕과 정부의 관리 실패에서 비롯됐다.
문제의 핵심은 농업협동조합이었다. 일본 정부는 도매상의 담합을 막기 위해 비축미를 농협을 통해 풀도록 했지만, 농협은 비축미를 풀기는커녕 가격 상승을 꾀하며 쌀을 쟁여두었다. 그 결과 쌀값은 폭등했고, 민심은 폭발했다. 정부는 이를 시정할 권한이 있었으나, 자민당 의원 상당수가 농어촌 표를 의식해 문제를 방치했다. 민심의 분노와 음모론은 빠르게 확산됐다.
상황이 극에 달하자 고이즈미 신지로가 농림대신으로 임명됐다. 그는 과거부터 농협과 앙숙으로 알려진 인물로, 농림족의 이익집단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신지로는 취임 직후 쌀값이 2,000엔 초반이 될 때까지 비축미를 끝없이 풀겠다고 선언하며, 정부 권위를 앞세워 농협을 압박했다. 라쿠텐과 이온그룹 등 민간 유통망을 활용한 대규모 비축미 방출로 실제 쌀값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번 사태는 일본 농정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독과점적 유통 구조와 이해관계자의 탐욕, 이를 관리하지 못한 정치권의 태만이 결합하면, 천연재해도 아닌 사태가 민심을 뒤흔드는 인재가 된다. 고이즈미 신지로의 공격적 대응은 일시적 불편을 감수하고 공공의 이익을 지키려는 정치적 결단이었다. 농협이 쟁여둔 비축미는 결국 공공재임을 상기시키며, 유통구조와 정책 관리의 중요성을 뼈아프게 일깨웠다.
레이와 쌀 소동은 단순한 곡물 가격 논란을 넘어, 일본 농정의 민낯과 권력 구조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정부와 이해집단의 책임 방기는 언제든 민심의 분노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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