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이재명 후보 파기환송, 사법부 대선판 개입은 아닌가
- 오피니언/이병산의 칼럼세상
- 2025. 5. 1. 22:56
이병산 칼럼세상 스물네 번째 이야기
차기 대통령 선거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破棄還送) 결정을 내리면서, 사법부가 스스로 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대법원은 1일 이 후보의 '허위사실 공표' 사건에 대해 항소심의 무죄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되돌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기획 재판 혹은 사법부의 대선 개입이라며 격하게 반발했고, 한동훈 전 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사퇴한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대법 판결이 떨어진 정황에 대해 짜여진 각본이라는 의혹까지도 제기했다.
박찬대 총괄선대위원장은 차기 대선 유력 후보에게 올가미를 씌우고 족쇄를 채우려는 불순한 시도라며,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쿠데타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탄핵안을 시도했으며,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도 병행하는 등 전면전에 돌입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파기환송 판결이 시기적으로나 맥락적으로 중립성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 후보 등록을 앞두고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현실에서, 사법부가 결정을 내린 시점 자체가 선거 구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더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사안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돌려보낸 전례는 극히 드물다.
일각에선 이번 판결이 소위 '한덕수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정치적 기획의 일부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파기환송 판결이 나온 바로 그날, 한덕수 전 총리는 총리직을 내려놓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총리가 짜고 쳤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사법부의 결정 하나가 대선을 좌우할 수 있는 이례적 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고법이 신속히 파기환송심을 진행해 이 후보에게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할 경우, 다시 상고를 제기해 시간끌기에 나설 계획이다. 대법원의 재심 절차를 이용한 소위 '지연 전술'이 대선 일정과 충돌할 경우, 결국 사법부가 정치 일정의 주도권을 쥐는 셈이 된다.
사법부는 본디 정치로부터 중립적이어야 하며, 대선과 같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절차에 개입해선 안 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결과는 물론 그 과정까지 정치적 해석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선거는 국민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영역이지, 판사들이 채점표를 들고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법의 이름을 빌린 정치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사법부 스스로 자성할 시점이다.
'오피니언 > 이병산의 칼럼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 탄핵에도 각성 없는 국민의힘, 역사의 경고를 무시하나 (0) | 2025.04.17 |
---|---|
22. 경북 산불, 끝없이 타들어가는 산과 삶 (0) | 2025.03.30 |
21. 서울서부지법 점거 폭동,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폭력적 도전이었다 (0) | 2025.01.20 |
20. 을사년은 다르다 (5) | 2025.01.01 |
19. 남부 지방 역대급 폭우, 하지만 이번에도 수도권 반응은 잠잠 (0) | 2024.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