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법원, 계약 하루 전 '한수원 원전 수주' 제동 걸었다
- 경제
- 2025. 5. 6. 19:42
한국형 원전의 첫 유럽 수주로 기대를 모았던 체코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계약이 체결을 하루 앞두고 법원 결정에 의해 급제동이 걸렸다. 체코 부르노 지방법원이 6일(현지시간) 계약 체결을 일시 중단하라는 가처분 명령을 내리면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수주가 사실상 확정된 상태에서, 경쟁사인 프랑스전력공사(EDF)가 끝내 법적 소송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 체코전력공사 자회사인 EDUⅡ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도 올해 1월 타결하며 수주에 바짝 다가섰다. 체코 정부도 지난달 말 원전 건설 예산을 최종 승인하고, 5월 7일 본계약 서명을 공식화했다. 계약식 준비를 위해 한국 정부는 산업부·국토부 장관을 포함한 특사단과 여야 의원들까지 총출동한 상태였다.
그러나 EDF는 지난 2일 체코 공정위(UOHS)의 기각 결정에 불복해 부르노 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본계약이 체결되면 소송에서 EDF가 이기더라도 회복이 불가능해진다는 이유로 가처분을 인용했다. 체코 측과 한국 정부 모두 예상치 못한 결정이었다. 양국 주요 관계자들은 법원 발표 시점에 체코행 비행기 안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지 도착 직후 관련 상황을 공유받았다.
체코 정부와 발주사 측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페트르 피알라 총리는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며 법원의 신속한 최종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혔고, 발주사 EDUⅡ는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반발했다. 체코 언론은 이번 법원 명령이 소송의 결과와는 무관한 '절차적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한수원 역시 계약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체코 발주처와 긴밀히 협의 중이며, 한수원도 상황 추이에 따라 법적 대응 여부를 검토 중이다. 계약 가능성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체결 일정은 최소 수 주 이상 지연될 전망이다.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양측의 협조가 이뤄질 경우 6~8주 내 판결이 가능하지만, 정식 소송이 이어질 경우 수개월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시간이다. 체코는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있으며, 한국 역시 내달 6·3 조기 대선을 통해 정권 교체가 예정돼 있다. 양국 모두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점에서 계약 체결이 지연될 경우,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예산 검토 과정에서 계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는 2037년까지 완공될 예정으로, 한수원이 유럽 내 첫 원전 수주에 성공하는 사례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 변수로 한국형 원전 수출의 상징적 의미가 당장은 좌초 위기를 맞았지만, 체코 정부의 기존 입장이 유지된다면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다만 계약 성사 시점과 서명 당사자 면면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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