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별세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반자이자 부인 이희호(97)여사가 10일 밤 별세했다. 이화여고와 이화여전을 졸업하고 여성 운동에 중심에 섰던 신여성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결혼한 뒤에 47년간을 옥바라지와 망명, 가택연금 등을 함께 하며, 정치적 고초를 겪은 정치적 조언자이자 반려자였다.

 

1971년 대통령 유세현장에서 김대중과 이희호

 1922년생인 이희호 여사는 해방 직후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램버드대와 스카릿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귀국 후에는 YMCA에 들어가 여성운동에 투신했으며 1962년 당시로는 늦은 나이인 마흔에 되어서야 2살 연하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만류를 뿌리치고 결혼했다. 전 부인의 홍일, 홍업 형제와 함께 자신의 아들 홍걸을 낳아 잘 길러냈다.

 

셋째 홍걸을 낳은 이희호 여사

 1997년 김대중이 대통령으로 당선 되자 역대 어느 영부인보다도 영향력을 크게 행사했으며 대통령이 마음 편히 국정 운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영부인의 자세이지만, 그래도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계속 여성 지위 향상 문제에 관심을 쏟았다.

 

 뿐만 아니라 2009년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상을 뜰때에도 이미 7월 13일 입원한 이래 줄곧 병상을 지키며 매일 새벽 동교동 저택에 들러 단장한 후 병원으로 돌아와 많게는 수백명의 문병객을 맞이했으며 투병일지도 꼼꼼히 기록했다고 한다. 혈압이 떨어져 추위를 많이 탈 것이라는 의료진 말에 손수 털실로 장갑과 양말을 떠 끼워준 이야기는 유명하다.

 

생전의 김대중 전 대통령, 이희호 여사

 하지만 올해 3월이 되며 병세가 급격히 악회되었고, 입퇴원을 반복하다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특히나 지난 4월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이 별세했을 때도 병세를 고려하여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이희회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숨을 거두기 직전 "하나님, 마지막으로 이 사람을 한 번만 더 저희에게 보내주세요."라며 기도하기도 했다. 그런 이희호 여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떠난지 3586일째 되는 날 결국 다시 그를 만나기 위해 영면에 들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위대했던 영부인 이희호 여사를 기린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